[다시 간다]시동 안 걸린 구급차…폐차 매뉴얼 어기고 운행

2021-06-15 1



'골든타임',

얼마 전 차에 치인 초등학생이 골든 타임을 놓쳐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낡은 구급차가 고장나서 병원 도착이 늦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급박한 구조 현장에 이런 위험한 노후 차량이 왜 달리고 있는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30일 발생한 교통 사고의 목격자와 영상을 찾는다는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이 사고로 숨진 김진영 군의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며 만든 겁니다.

김 군은 자전거를 타고 학원을 가던 길에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SUV와 충돌했습니다.

[고 김진영 군 아버지]
"학원 버스를 타고 다녔었죠. 그런데 코로나19에 확진된 운전기사가 나오고 나면서부터 자전거 타고 다녔어요. 1~2개월 됐나요?"

가족들은 병원 이송이 몇분이라도 빨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응급 대응이 늦어졌다고 주장합니다.

[고 김진영군 아버지]
"(사고 직후) 대부분 사람들이 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학생이) 얘기도 하고 말도 잘 하고. 그런데 소방차는 여기 구급차는 좀 늦게 왔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최초 신고는 오후 3시 52분.

구급차는 신고 접수 2분 뒤 119 안전센터를 출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고, 1.5km 떨어진 사고 현장까지 9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김 군을 응급 조치한 뒤, 4.5km 거리의 병원까지는 7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최초 출동 1.5km에 왜 10분 가까이나 걸렸을까, 의문이 제기됩니다.

[하백 / 사고 당시 신고자]
"구급차가 안 와서 제가 두 번째 (신고) 전화를 했어요."

취재진이 사고 시각과 비슷한 시간대, 구급차 출동 경로로 신호를 준수하며 왔을 때 5분 남짓 걸린 것과도 비교됩니다.

취재 과정에서, 출동 지연으로 추정 가능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소방일지입니다.

구급 대원의 탑승 과정에서 보조석 문의 잠금장치가 해제되지 않았고, 수동으로 문을 열자 도난방지 경보음이 울렸다는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고 시동을 껐다 켜려고 하자, 이번엔 시동이 수차례 걸리지 않았다고 돼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 과정에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습니다.

[유희연 / 사고 당시 신고자]
"들 것을 빼내기 위해서 뒷 문을 열어야 하는데 뒷 문이 안 열린다는 거죠. 좌우 간에 구급차 시동도 안 걸리는 거예요."

지난달 합동점검에서도 명확한 고장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성북소방서 관계자]
"원인은 전기적 요인인데.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추정이죠."

해당 구급차는 노후차량이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119구급차의 경우 출고된지 5년이 지나거나, 주행거리 12만km가 넘으면 폐차해야 하지만, 이 구급차는
기준을 초과하고도 계속 운행중이었습니다.

[서울 성북소방서 관계자]
"(현재도) 운행은 하고 있습니다. 8월에 교체 예정이에요."

폐차 기준을 넘기고도 운행중인 노후 구급차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권영세 / 국민의힘 의원]
"예산 문제 등으로 구급차나 구급대원 배치 같은 안전 서비스가 소홀해져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구급 인력 배치가 세명 또는 두명 그때그때 다른 점도 지적됩니다.

[성북소방서 관계자]
"(운전을 담당하는) 구급대원 한 분이 건강검진으로 공가를 냈어요."

당시 2인1조로 출동했고, 운전대를 잡은 대원이 구급차를 몬 건 지난 3년간 8일에 불과했습니다.

[고 김진영 군 아버지]
"똑같은 서비스를 못 받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구급대원 세 명이 와서 풀서비스를 받는데 어떤 사람은 2명만 와서… 그 사람 운명인가요?"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PD : 윤순용
작가 : 박정민
그래픽 : 여현수 서수민
자료출처 : 권영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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